살아온 기록이 살아갈 기록이 되는 것처럼 근손실도 치명적이지만, 글손실도 치명적이죠. 인풋은 이미 충분한데, 아웃풋을 만들지 않아 쓰는 레터. 주인장이 매일 보는 콘텐츠 중에 인상 깊은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리추얼을 하고, 에센스를 추출하며, 단상을 적어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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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와니입니다.
주에 1번은 보낸다고 약속해놓고, 거짓말처럼 지난 주에 바쁘다는 핑계로 보내지 못했습니다.
사실 보내지 못한 이유는 보낼만한 레터 주제가 없었기 때문에도.. 있습니다.
이왕이면 생각에 잠기게 하고, 동하게 만드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귀한 시간을 뺐으면 안되니까요.
오늘은 회고와 성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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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회고를 하게 되는 이유
육체는 언젠가 시체가 될 거란 걸 제대로 이해했다면,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죽는 건 확실하잖아요.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거나 남의 시간을 낭비한 걸 후회하는 시간이 줄어들 거예요. 더 열심히 살겠죠.. - 출처 : 넷플릭스, 미드나잇 가스펠 중
혹시 <미드나잇 가스펠>을 아시나요? 넷플릭스에 있는 애니메이션인데, 특유의 미국 감성과 <해피 트리 프렌즈>처럼 고어하고 기괴한 장면이 섞여 있습니다. 재밌는 건, 연출되는 영상 이미지와 정 반대로 내용은 '인터뷰'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점이에요.
4화 최상의 쾌락, 8화 엄마의 가르침 편은 삶을 전반적으로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연출되고 이야기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저를 돌아보고, 한층 더 성장하게 만드는 느낌이 들더군요.
연말에 회고를 하는 건 결국 내가 잘 성장했는가?를 확인하고자 하는 습관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내 시간을 낭비한 적은 없는지? 타인의 시간을 낭비한 적은 없는지 하고요. 잘못된 건 개선하고 더 잘하기 위해서 회고를 하는 게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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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조차 평소에 쓰지 않던 내가, 타의에 의해 쓰는 글이 아닌 걸 주체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나서였다. 돌아보지 않고, 반추하지 않으면 속절없이 흘러가는 경험들이 아쉬워서였다.
이때 일기와 회고의 차이를 깨달았던 듯하다. 일기는 그날그날 있었던 일, 생각, 느낌을 적는거 라면 회고는 조금 더 깊게 파고 들어가 내가 무엇을 위해 이런 행동, 판단을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미래’를 향한다. 일기는 나의 일상을 기록으로 잡아두기 위함이라면, 회고는 더 잘 나아가기 위해서, 과거를 돌아보는 행위가 되는 게 가장 큰 차이점 같다.
오늘 운이 좋게도, 목표챌린지를 운영하는 킹홍님 덕분에 로컬스티치에 삼삼오오 모여 한 해를 돌아보는 회고를 진행했다. 분기별로 어떤 일이 있었고, 나는 무엇이 좋았고 아쉬웠는지. 그래프만 덜렁 있는 상태를 마주했을 때는 내가 무슨 일이 있었지? 싶다가도 지나간 회고 기록을 다시 톺아보며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연초에는 ISBN이 발급된, 내 이름도 들어간 책을 펀딩하고, 각종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성장하고 배울 기회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내 역량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키워나가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마주한 나날이 많았다. 물론, 그런 도전 과제 중에서 제대로 몰입하지 못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 배울 기회를 놓치기도 했지만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덮어두기로 했다. 2024년에 더 잘하면 되는 거니까. 회고는 자책이나 자괴감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더 잘하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
12월은 어찌 보낼 수 있을까. 2023년은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을까. 2023년 1월에는 업의 본질을 확장해서 생각하고, 전문성을 기르고 싶다고 말했다. 2024년은 니의 업을 잘하기 위해서, 건강에 더욱 신경쓰고 더 많은 이들을 마주할 수 있는 체력이 우선되었으면 좋겠다. 일 욕심으로 인해 망가진 루틴은 여태까지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고, 밤낮이 바뀐 패턴도 여전히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록이 있던 시기와 기록하지 않았던 시기의 정서나 육신의 상태가 크게 다른 것을 느낀 것도 이 부분이 컸다.
살아온 기록이, 앞으로 살아갈 기록이 된다. 축적된 삶이 발산할 수 있음을 믿는다.
* 와니의 <2022년 회고, 2023년 다짐>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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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성취를 부정하는 당신에게
편집된 타인을 자주 보다 보니 나의 성취는 한없이 작아 보이기만 하고 마음은 조급해집니다. 자신의 성과를 폄하하는 습관은 이 과정에서 생겨납니다. 설령 성취가 있었다고 해도 부정하거나 덮어두기 바쁩니다.
자신을 향한 검열을 멈춘 채 그간의 변화를 복기해 보세요. 어제보다 오늘 한 글자 더 읽은 것도 성취입니다. 지난해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척척 해나가고 있음을 발견해도 좋고요. 개인의 성장은 폭발적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느슨하고 꾸준할 뿐이에요. 많은 사람이 그렇습니다.
우리가 쉽게 망각하는 게 있습니다. 삶은 트랙으로 은유되곤 하지만 사실 망망대해에 가깝고, 우리가 탄 보트는 하나같이 부실한 뗏목이라는 것입니다. 가라앉음은 예정되어 있죠.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낡은 문장처럼, 우리는 저마다에게 필요한 속도(어쩌면 최선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사는 모습이 좀 다르면 어떤가요. 타인의 기대를 져버리면 그건 또 어떤가요.
- 출처 : 자신의 성취를 부정하는 당신에게, 안티에그
문화예술 커뮤니티 플랫폼 안티에그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보면서 참 지금 시기에 적확한 문장으로 담겨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은 엄청난 성과와 성취,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들을 조망하고 그게 정답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곤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패배자가 되는 분위기를 조성하죠. 하지만 성장의 속도, 성취의 크기는 모두 제각각 다르며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중심으로 두어야 합니다.
이 글은 커뮤니티 멤버들에게도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요. 아래에는 제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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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아웃풋클럽이라는 커뮤니티에 들어간 뒤로 가장 매력적이었던 순간은, 빠르게 변화하는 멤버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초기에 멤버들은 자신의 방향성보다는 남이 설정한 방향성, 타인이 설계한 방식에 따라 계정 운영을 하기도 했다.
눈 앞의 산처럼 높아 보이는 목표에 이끌려, 멤버들은 파란만장하게 계정을 키우는 데 정신이 몰두되기도 했죠. 팔로워 수를 올리고, 광고를 받고, 협찬도 접하고, 다양한 게시글들을 올리고자 매진하곤 했다. 방향성을 재정비하고 나아가는 멤버들의 모습은 그제서야 ‘제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졌다.
방향성이 설정되고 주차가 지날수록, 귀여운 햇병아리였던 멤버들은 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제는 더 이상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에 오롯이 집중하며 성장했다. 작은 성취를 자신이 스스로 축하하고, 다른 멤버들이 축하해주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은 이제 단기간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속도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도발적인 말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말들은 비꼬는 것 뿐만 아니라, 성장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의지를 꺾기도 한다. 우리는 개개인의 성장 속도가 각자 다르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함께 보면 좋은 아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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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 받았던 질문과 답변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나요?" - 출처 : 휴튼 나를 위한 기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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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콘텐츠 마케터로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여타 마케터들이 그렇듯 필요한 일에 그때그때 마다 힘쓰는 게 마케터라 생각한다. 때론 퍼포먼스, 때론 그로스, 때론 콘텐츠 등.
지금 하는 일 말고 다른 일을 한다면, IT에서 최대한 멀어지고 싶다. 컴퓨터가 없어도, 휴대폰이 없어도 무엇인가를 뚝딱 만드는 사람. 예를 들면 목수? 공예가? 종종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는데, EMP로 인해서 모든 전자기기가 불통이면 나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는 어떤 걸로 증명될 수 있을까? 하는 것. 또는 그로스 마케터가 무인도에 떨어지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생존하면 좋을까? 하는 것. 파이썬, 엑셀, 스프레드 시트, 키노트, 피피티 챗GPT 등이 없이도 무엇인가 유의미한 걸 만들어낼 수 있는가? 이렇게 말하면 개발자들이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여튼 나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더라도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공예도 좋고, 요리도 좋고, 목수도 좋고. 무엇인가 손으로 아웃풋을 만드는 사람. 지금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금 내 손은 키보드와 마우스가 중심인데, 망치, 칼, 흙이 중심이 되는 날.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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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의 문장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이 설레고 신이 나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우리가 흥분해 있으면 마음은 평온하지 않다.
진정한 행복은 평온함에 기반한다.”
- 불교 승려 틱낫한의 저서 <힘의 기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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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주에도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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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편히 적어주세요!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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